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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신년기획①] 신재생에너지의 지속가능성, ‘사람’에게 묻다

보도날짜
2026.02.05
보도사
인더스트리뉴스
신재생에너지 유지보수의 현황과 도전 과제 : 침묵하는 시한폭탄, 관리 부재의 현장을 가다

2026년 1월,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정부가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본궤도에 오르며 전국의 산과 들, 그리고 건물의 옥상은 태양광 패널로 뒤덮이고 있다.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이라는 국가적 사명 아래 국내 태양광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신규 설치량은 연간 4GW를 상회하며 폭발적인 성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바야흐로 ‘하드웨어의 전성시대’이자 ‘신재생에너지의 양적 팽창기’다.

하지만 이 화려한 성장 수치 이면에는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 설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이를 20년, 30년 동안 책임지고 관리할 ‘전문가’는 보이지 않는다. 마치 도시는 거대해지는데 치안을 담당할 경찰이나 화재를 진압할 소방관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과 흡사하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흐름은 이미 변했다. 단순히 발전소를 짓는 것에서 지어진 발전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얼마나 오래 운영하느냐(Operation&Maintenance)로 패러다임이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발전소 건설이 ‘출산’이라면 유지보수는 ‘양육’이다. 아이를 낳기만 하고 기르지 않는다면 그 미래가 어떻게 되겠는가?

특히, 최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술 트렌드는 이러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 최근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이른바 ‘스마트 하이브리드 태양광 솔루션’을 예로 들면, 이 시스템은 단순한 전력 생산을 넘어 AI 기반의 전력 변환, IoT를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ESS와의 정밀한 연동을 통해 전력 계통 안정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복합 에너지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발전 설비가 더 이상 개별 장비가 아닌 디지털 제어와 데이터 분석이 결합된 고도화된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하드웨어는 최신 스마트폰처럼 진화했는데 이를 현장에서 다루는 운영 인력의 전문성은 2G 폴더폰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복잡해진 시스템은 그만큼 정밀한 엔지니어링 역량을 요구한다. 아무리 뛰어난 AI 알고리즘이 탑재된 인버터라 하더라도 현장 관리자가 오류 코드를 해석하지 못하고 단순한 ‘껐다 켜기(Reset)’만 반복한다면 그 시스템의 효율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

인력의 전문성이 부족 하면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전체 효율은 ‘0’이 된다. 이제 ‘유지보수 인력 양성’은 단순한 일자리 창출이나 고용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수백조 원이 투입된 신재생에너지 인프라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이번 신년기획 연재를 통해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유지보수 현장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유일한 해법인 ‘인력 양성’의 구체적인 전략을 모색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 관리 부재로 병들어가는 발전소들의 현황과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심층 분석했다.

데이터로 보는 유지보수 부재의 비용

① 노후화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현재 국내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노후화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다. 지난 2018년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보급된 태양광 인버터와 ESS 배터리의 제조사 보증수명(Warranty)이 잇달아 만료되고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이 시점은 설비의 고장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구간과 정확히 맞물린다.

초기고장기(Early Failure)가 제조 결함이나 설치 오류로 발생하고 우발고장기(Random Failure)가 외부 환경 요인에 기인한다면, 마모 고장기는 부품의 수명 종료와 열화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단계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전문적인 ‘예방정비(Preventive Maintenance)’다.

② 충격적인 필드 데이터 : 방치된 발전소의 말로

국내 신재생에너지 O&M(유지보수) 분야에서 가장 방대한 실증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 ‘태양광유지보수’의 협조를 얻어 입수한 <2025년 전국 태양광·ESS 필드 운영 리포트>의 내용이다.

리포트에 따르면, 준공 후 5년 이상 경과한 발전소 중 전문 엔지니어의 정기적인 진단을 받지 않은 ‘관리 부재’ 발전소의 경우, 연평균 발전 효율 저하율이 무려 3.5%에 달했다. 반면, 전문 솔루션을 통해 주기적인 열화상 진단과 IV 커브 측정을 받은 발전소의 효율 저하율은 0.8%에 불과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관리되지 않은 발전소는 4배 이상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셈이다. 20년 운영을 가정했을 때 이 격차는 누적 발전량에서 30% 이상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③ 경제적 손실의 수치화

이러한 효율 저하는 곧장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고장이 발생했을 때의 대응 속도다. 유지보수 인력 부족으로 인해 지방의 소규모 발전소들은 고장이 발생해도 수리 기사가 방문하기까지 평균 3일에서 1주일 이상을 대기해야 한다.

고장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Trouble Shooting)이 지연됨에 따라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여기서 수리비용 역시 문제다. 조기에 발견하면 간단한 부품 교체로 끝날 일이 비전문가의 방치로 인해 인버터 전체 소손이나 배터리 랙 전소로 이어져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빈번하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전문 인력 부재로 인한 가동 중단(Downtime)과 효율 저하로 증발하는 국내 전력 판매 수익은 연간 수천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는 개인 사업자의 수익성 악화를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허공에 날리는 심각한 자원 낭비다.

㈜태양광유지보수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현장에 나가보면 먼지가 쌓여 발전량이 반토막 난 패널, 쥐가 파먹어 합선 직전인 케이블, 필터가 막혀 질식 직전인 ESS가 상당하다”며, “이들 현장의 공통점은 관리자가 없거나, 있어도 전기에 대한 전문 지식이 전무한 고령의 관리인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상시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현장과 그렇지 않은 현장의 ROI(투자수익률)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 관리 부재는 폐업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인력 공급망의 붕괴와 안전 리스크 (The Safety Crisis)

① 인구 절벽이 덮친 에너지 현장

경제적 손실보다 더 심각하고 시급한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이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현장 인력 구조는 심각한 ‘인구 절벽’과 ‘고령화’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전기기술인협회 및 관련 기관의 통계를 종합해 보면, 신재생에너지 설비 현장 관리자의 평균 연령은 50대 중반을 훌쩍 넘어섰다. 물론 이들의 경험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급변하는 디지털 기반의 최신 설비를 다루기에는 재교육의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디지털 장비에 능숙하고 최신 전력 전자 기술을 습득한 2030 청년 엔지니어들은 힘든 현장직을 기피하며 유입이 사실상 단절된 상태다.

② 그건 인재(人災)였다: 사고 통계의 경고

인력 공급망의 붕괴는 곧 안전사고로 직결된다. 국내 유일의 신재생에너지 안전 전문기관인 신재생안전관리가 분석한 <최근 3년(2023~2025) 신재생에너지 설비 안전사고 백서>의 통계는 충격적이다.

전체 발생한 태양광·ESS 화재 및 감전 사고 중 설비 자체의 제조 결함으로 밝혀진 건수는 35%에 불과했다. 나머지 65%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비전문가의 오조작, 유지보수 매뉴얼 미준수, 정기 점검 소홀 등에서 비롯된 ‘인재(Human Error)’였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 사례A(ESS 화재) :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서 수차례 ‘셀 전압 불균형’ 경고 알람을 보냈으나 현장 관리자가 이를 단순 오류로 판단해 강제로 시스템을 재가동(Reset)하다가 열폭주(Thermal Runaway) 발생.
· 사례B(태양광 감전) : 장마철 누전 차단기가 내려가자 비전문가가 젖은 손으로 접속반을 열고 조작하다가 직류(DC) 고전압에 감전돼 중상.

신재생에너지 안전 전문기관에 의하면 “고전압이 흐르는 ESS나 수천 평에 달하는 태양광발전소를 관리하는 데 있어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인력이 투입되는 것은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다”고 경고한다. 실제 현장 안전 진단을 나가보면 기본적인 절연 장갑 착용법이나 소화기 사용법조차 숙지하지 못한 관리자가 태반이라는 것이 그들의 증언이다.
솔라라이트의 안전기술팀장은 “정부와 업계가 ‘설비 보급’에 취해 ‘인력 양성’을 등한시한 대가가 화재 사고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바로잡지 않으면 제2, 제3의 ESS 화재 사태는 필연적”이라고 지적했다.

지속 가능성의 핵심은 결국 ‘사람’

1부를 마무리하며 본지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화려한 외형 뒤에 가려진 위태로운 현실을 확인했다.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완벽해 보일지 몰라도 현장의 현실은 참담했다. 아무리 효율 높은 태양광 모듈을 개발하고 아무리 용량이 큰 배터리를 설치해도 그것을 지키고 운영할 ‘준비된 사람’이 없다면 모든 것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유지보수 인력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혈관과 같다. 혈관이 막히면 심장(발전소)은 멈춘다. 그리고 그 심장이 멈추면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도 위협받는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일부 선도 기업들은 단기적인 수익성보다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우선 가치로 두고, ESS 등 고위험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자체 교육 체계와 엔지니어 양성 프로그램을 구축하려는 이러한 움직임은 기술의 고도화가 결국 이를 다루고 책임질 ‘사람’의 역량에 의해 완성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이제 이 문제를 보다 진지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다음 2부에서는 이러한 인력 부족 현상이 초래할 구체적인 재앙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국내외 선진 사례 분석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깊이 파헤쳐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