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교육은 그동안 강의실 중심의 이론 교육에 크게 의존해 왔다. 태양광발전 원리를 칠판에서 배우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구조를 PPT를 통해 익힌다. 이러한 방식은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데에는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까?

혹서·혹한 등 다양한 환경과 수많은 변수가 교차하는 현장에서 고가의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관리할 수 있는 역량까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수영 이론을 학습하는 것과 실제 물속에 들어가 호흡을 조절하는 경험이 다른 것처럼, 고전압 설비가 운용되는 에너지 현장은 이론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상존한다. 작은 오차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대응 능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교육의 패러다임 역시 ‘무엇을 아느냐(Knowledge)’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Competence)’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즉, 철저한 ‘실전(Practical Training)’ 중심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신재생에너지 솔루션 선도기업 솔라라이트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O&M(유지보수) 시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인력 풀(Pool)을 확보한 기업이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O&M 시장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솔라라이트가 방대한 ESS 엔지니어 풀을 확보한 비결은 무엇일까?
솔라라이트가 독자적인 ‘인재 사관학교’를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실패해 볼 기회를 주는 실전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솔라라이트 관계자는 “우리는 신입 엔지니어를 바로 현장에 투입하지 않는다”며, “자체 구축한 테스트 베드에서 배터리 랙을 직접 조립하고, 고의로 오류를 발생시켜 해결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접근 방식은 현장 중심 인력 양성의 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실전형 인력 양성 전략 – ‘시뮬레이션’이 답이다
① NCS(국가직무능력표준)의 한계와 대안
현재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한 교육 체계는 일정 수준의 표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 인버터나 최신 통합 관제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음에도 교육 현장에서는 10여년 전의 구형 모델로 실습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기술 시차(Tech Lag)’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민간 주도의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 형태의 특화 교육이 거론되고 있다.
② 독한 교육 : 고장도 실력이다
신재생에너지 O&M 기업 태양광유지보수에 따르면, 태양광유지보수는 흡사 종합병원의 수술실을 방불케 하는 교육을 진행한다. 신입직원들은 실제 화재나 침수 등으로 파손된 모듈을 눈앞에 두고 원인을 분석한다.
철저히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에 초점을 맞춘 태양광유지보수의 커리큘럼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구성된다.
시나리오 부여 : 통신 오류로 시스템이 셧다운됐다. 30분 내 복구하라
진단(Diagnosis) : 열화상 카메라와 절연저항계를 이용해 불량 모듈을 색출하라
조치(Action) : 고전압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활선 상태에서 모듈을 교체하라
보고(Reporting) : 고장 원인과 조치 내역을 데이터 로그와 함께 기술보고서로 작성하라
이 과정에서 교육생들은 단순한 매뉴얼 암기가 아닌, 상황에 대처하는 능동적 엔지니어로 거듭난다.
태양광유지보수는 “직접 스패너를 들고 땀 흘리며 배터리 팩을 열어보지 않은 자는 채용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전문 O&M 인력을 양성하고 있었다.

기술의 표준화(Standardization) – 공통 언어를 만들어라
① 중구난방인 유지보수, ‘표준’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신재생에너지 O&M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업체별 작업자별 점검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육안 점검만 하고 “이상 없음”이라고 판단하거나 정밀 계측을 수행하고 “이상 없음”을 판단한다.
기준이 없다 보니 품질도 들쑥날쑥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M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의사가 진료할 때 표준 가이드라인이 있듯, 발전소의 주치의인 O&M 엔지니어에게도 표준화된 절차서(Standard Operating Procedure, SOP)가 필수적이다.

② 솔라라이트의 SOP : 안전의 기준을 세우다
솔라라이트는 현장 데이터와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자체적인 안전관리 표준 절차서를 개발해 운영 중이다. 수년간의 사고 데이터와 현장 경험을 집대성해 <신재생에너지 설비 안전관리 표준 절차서>를 개발했다. 화재, 침수, 통신 두절, 효율 저하 등 비상 상황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담고 있다.
Step 1 : 상황 인지 및 전파(골든타임 5분 내)
Step 2 : 1차 조치(비상 정지 및 구역 통제)
Step 3 : 원인 규명 및 복구(데이터 로그 분석 기반
솔라라이트는 이러한 SOP를 기반으로 엔지니어들을 훈련시키고,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 등급(Level)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표준화된 시스템은 인적 오류를 최소화하고, 누가 투입되더라도 균일한 O&M 품질을 보장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한다.

글로벌 성공 모델과 한국형 인센티브 전략
① 독일의 ‘이원화 교육(Ausbildung)’을 벤치마킹하라
재생에너지 선진국 독일의 경쟁력은 ‘솔라 슐레(Solar Schule)’로 대변되는 산학 연계 교육 시스템에서 나온다. 학교에서는 이론을 배우고, 기업에서는 돈을 받으며 실무를 익히는 도제식 교육이다. 독일처럼 기업이 교육의 주체가 되게 하려면, 교육 투자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② 청년을 부르는 주문 : 자격이 곧 돈이다
청년들이 현장직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불투명한 비전 때문이다. 재단법인 경북경산 산학융합원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문 자격 연계형 교육 시스템’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자체 안전관리 교육 과정을 이수한 수료생에게 ‘안전관리자’ 민간 자격을 부여하고, 협력사 채용 시 서류 전형 면제나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자격을 취득한 엔지니어에게는 기술 수당을 추가로 지급해 전문직으로서의 자부심을 고취했다.
결과는? ‘자격증이 곧 취업이자 연봉 상승’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자 관련 학과 대학생들의 교육 문의가 쇄도했다. 이는 정부가 구상 중인 일자리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보조금 정책이 아닌, 성장할 수 있는 ‘커리어 패스(Career Path)’라는 것을 알려주는 훌륭한 사례이다.

인력 양성이 곧 산업 경쟁력… 교육의 초점은 비용 아닌 ‘품질 보증 수표’
제3부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How)’ 사람을 키울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했다. 책상을 벗어나 현장으로 가야 하며, 주먹구구식 관리가 아닌 표준화된 기술로 무장해야 한다.
현장 중심 교육과 표준화된 기술 체계는 O&M 품질을 높이고, 설비 안정성과 발전 효율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결국 발전 사업자뿐만 아니라 전력 소비자 전체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폐배터리 진단 및 재활용(Recycling)까지 교육 범위를 확장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산업의 전 주기를 아우르는 인력 양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표준을 만드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 그리고 그 표준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러한 민간의 혁신적인 노력이 국가 전체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다.